유엔 인권사무소 “북한, 변하고 있지만 고립은 역사상 최악”…이산가족 상봉 재개 촉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서울사무소를 이끄는 제임스 히넌 소장이 북한 주민들이 “건국 이래 어느 시점보다 외부 세계와 단절돼 있다”고 밝혔다. 히넌 소장은 31일(현지시간) 유엔 뉴스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공장·병원 건설과 스마트폰 보급 등 북한 내부의 변화를 함께 짚으면서 “북한도 세계 모든 나라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근 못 한 채 밖에서 감시…1,000명 인터뷰
OHCHR은 북한에 직접 들어가지 못한 채 외부에서 인권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히넌 소장은 “거의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며, 인권 침해를 직접 겪었거나 목격한 사람과 그 가족의 증언을 우선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사무소가 지금까지 인터뷰한 사람은 약 1,000명이다. 그는 북한 정부가 지난 8–9년 사이 공개 자료를 늘렸다며 정부 발표 자료와 위성사진도 함께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히넌 소장에 따르면 유엔을 포함한 국제 인도주의 기구는 5–6년째 북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 재해가 나도 대응할 수 없는 상태다. 주민들은 인터넷을 쓸 수 없고, 일부 의약품·치료·식품에 대한 접근도 제한돼 있다.
“만난 모든 사람이 굶주림 언급”
히넌 소장은 일상의 통제도 상세히 전했다. 주민들은 ’핵심·동요·적대’로 나뉘는 출신 성분 체계에 따라 지위가 정해지고, 어린 시절부터 가정·직장·학교에서 높은 수준의 감시를 받는다. 정부 검열 조직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가정을 방문해 전자기기에 금지된 정보가 있는지 검사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만난 모든 사람이 어느 시점에선가 굶주림을 이야기했다”며, 중국으로 빠져나간 뒤에야 모두가 흰쌀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북한 생활이 얼마나 달랐는지 깨달았다는 증언이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올해 초 가뭄이 있었지만 수확은 수용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다만 생산·분배 체계가 개혁되지 않으면 기근이 아니어도 광범위한 영양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코로나19 봉쇄 시기에는 1990년대만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아사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무보수 공공 노역에 주민을 동원하는 ’돌격대’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이어지며, 수확철에는 학생들이 농장에 보내진다. 히넌 소장은 사무소의 정보와 분석에 비춰 이는 아동이 동원되는 강제노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장 건설·스마트폰 보급…“검증은 불가”
변화의 신호도 언급됐다. 북한은 매년 20개 군(郡)에 공장을 지어 10년간 이어가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추진 중이고 대형 병원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 히넌 소장은 과거 무보수였던 일자리와 달리 보수를 주는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일화적 증거가 있다면서도, 현지에 들어갈 수 없어 효과를 검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인프라 공사가 역사적으로 건설 과정에서 강제노동을 수반해 왔다는 점도 경고했다.
OHCHR 최신 보고서는 북한 전역에 3G 기지국 수천 개가 세워졌고 20종 이상의 스마트폰이 유통되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접속은 인터넷이 차단된 내부망에 한정된다. 주민들이 모바일 뱅킹을 널리 쓰며 반기고 있지만, 기술이 감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히넌 소장은 기술을 “양면의 동전”이라고 불렀다.
“2018년까지 하던 이산가족 상봉 재개해야”
히넌 소장은 두 가지를 가장 큰 우려로 꼽았다. 첫째는 이동의 봉쇄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비공식적으로나마 중국에 건너가 일하고 돌아오는 길이 ‘압력 밸브’ 구실을 했지만 지금은 그마저 막혔다고 했다. 둘째는 남북, 그리고 일부는 일본에 걸쳐 갈라진 이산가족 문제다. 그는 강제실종으로 헤어진 가족 가운데 수백에서 수천 명이 이미 숨졌고 생존자는 고령이라며, 2018년까지 열리던 상봉 행사를 신뢰 구축 조치로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인권 문제를 포함해 유엔과 관여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논의가 평화·안보 틀에만 갇히지 말고 인권 차원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OHCHR은 지난해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낸 10년 평가 보고서에서 2014년 조사위원회 이후 북한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고 여러 측면에서 악화됐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당시 이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