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준금리 동결…라가르드 총재는 2027년 2월 퇴임 발표

유럽중앙은행(ECB)이 10월 29일(현지시간) 세 가지 핵심 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예금금리는 2.50%, 주요 재융자금리는 2.65%, 한계대출금리는 2.90%다. 세 금리 모두 9월 16일부터 적용된 수준 그대로다. 같은 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2027년 2월 7일 통화정책 회의를 끝으로 총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원래 임기는 2027년 10월까지였다.
결정 배경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사회가 금리 인상을 검토했지만 불확실성과 장기금리 상승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위치가 “적절하다(well positioned)“는 평가도 내놨다.
핵심 변수는 에너지 가격이다.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8월 3.2%보다 높아졌다. 에너지는 18.9%로 8월 14.3%에서 뛰었고 휘발유·경유 가격은 9월에 신고점을 찍었다. 에너지를 뺀 물가는 2.3%로 8월 2.1%보다 올랐다. 서비스는 3.2%, 식품은 1.3%, 상품은 1.1%였다.
ECB는 에너지 가격이 9월 전망 경로를 웃돌아 단기적으로 물가가 목표를 크게 넘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후 에너지 물가가 둔화하고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면서 목표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전망이다. ECB는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전개를 에너지 충격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석유뿐 아니라 가스 가격과 정제 마진도 올랐다고 했다.
기저 물가는 “지금까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ECB는 평가했다. 다만 가격 전가 초기 단계에서 상방 압력 징후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금은 아직 뚜렷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2분기 피고용자 1인당 보상 증가율은 3.3%로 1분기 3.6%보다 낮아졌다. 임금 트래커상 협상 임금 상승률은 올해 남은 기간 2.5~2.8%를 오갈 것으로 ECB는 예상했다.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올랐으나 장기 기대는 대부분 2% 안팎이라고 했다.
성장과 금융여건
3분기에도 경제는 확장을 이어갔다. 서비스업이 회복됐고, 제조업·디지털 서비스·수출은 AI 관련 투자의 혜택을 받았다고 ECB는 밝혔다. 정부의 인프라·국방 지출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반면 에너지 가격 재상승으로 소비자 신뢰가 나빠졌고 금융비용이 늘어 성장을 제약했다. 실업률은 8월 6.4%였다.
금융여건은 긴축됐다. 9월 전망 시점 이후 10년 국채금리는 약 35bp 올랐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 기대, 일부 하이퍼스케일러의 장기채 발행 증가가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은행 기업대출금리는 3.8%를 유지했고, 8~9월 기업대출 증가율은 4.2%로 7월 4.4%보다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3.6%였고 9월 대출 증가율은 3.0%로 둔화했다.
향후 방침과 후임
ECB는 데이터에 따라 회의마다 판단하며 특정 금리 경로를 미리 약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다음 회의는 새 스태프 전망이 나오는 12월이다. 그 전에 물가지표 두 차례와 3분기 GDP, 고용·임금 자료, 11월 PMI가 발표된다. 12월 인상을 확정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정책 이외의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기 위해 일찍 물러난다고 설명했다. 후임 선정 절차는 이미 시작됐으며 ECB 의사결정에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채 스프레드를 묻는 질문에는 장기금리 상승이 특정 국가가 아닌 세계적 현상이라고 답했고, 시장 혼란이 통화정책 전달을 위협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대응 수단을 쓰겠다고 했다.